@우리 어머니

지난 주 월요일에 모처럼 직장에 휴무를 맞은 딸과 함께 저희 부부는 시외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날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하여 모처럼 네 식구가 모두 모여 함께 집밥(?)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 두 아이들이 우리 가정은 다른 가정들과 비교해볼 때 무척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참 감사하다는 말과 이런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의 비결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고향에 계신 우리 어머님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역할이 컸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올해 아흔 셋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32년 전에 남편을 천국 보낸 후에 고향집을 지키시면서 혼자 사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 사는 동네에서 태어나셨고 그 동네에서 지금까지 살고 계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흔 셋이지만 아직은 허리가 꼿꼿하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흔 셋이지만 치매가 없으시고, 정신이 또렷하시고, 말씀하실 때는 발음도 정확하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 어려운 세월에 7남매를 애써 키우셨습니다. 7남매가 서로 모시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한사코 고향 집이 좋으시다 며 손 사레를 치십니다. 자녀들이 바쁘게 살아가면서 짐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는 깊은 생각에서 그러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맘 편하게 어머니를 누구 하나 모시지 못하는 우리는 불효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한 평생 다니시던 시골교회가 좋으시다 하십니다. 언제나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경노당이 가까이에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하십니다. 그래서 시골집에 그냥 사시겠다고 하십니다. 도시 생활은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싫으시다 하십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씀이지만 자식 된 도리로써 한 없이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자기 어머니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구정과 추석에는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와서 명절을 함께 보낸 후 고향집에 모셔다 드리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목회하는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부담스러워 하십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언제나 사려 깊게 말씀하시고 처신해 오신 것이 평생 우리 어머니의 삶의 여정이셨습니다. 단 한 차례도 아버지와 말다툼 하시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급한 성격의 아버지를 잘 받드시며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오신 우리 어머니이십니다. 해외에 나간 손자가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으신 후 날마다 기다리실 어머니에게 뒤늦은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려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내가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지 않으신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버이날을 맞으면서 부모님을 잘 모시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김 영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