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은혜
나이가 50대 후반이 되면서 나에게는 깜박 잊어 버리는 망각 증세가 심해졌다.
나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억력이 꽤나 좋은 편이라는 칭찬을 종종 들었던 나였는데...
이렇게 하다가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걱정이 되어 주님께 기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주님께서 귀한 깨달음을 주셨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망각이 잘되는 것은 은혜라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을 것인데 그것을 다 기억한 체 살아간다면
실의와 좌절 속에서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그렇구나 주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사역 속에 마음 아픈 일, 실수와 좌절의 순간들을 모두 기억 속에서 지워 주시는 망각이 있었기에 날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 희망차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망각의 은혜
이것은 분명히 많은 나날을 살아온 사람일수록 꼭 필요한 은혜인 것이다.
대학원 강의를하려 다니면서 여러 대학에서 온 학생들의 실력 차이는 조금 밖에 나지 않지만
자신감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보게 된다.
명문대학 출신이 아닌 경우 실력은 꽤 괜찮은 편인데도 별로 발전이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과거에 자신이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기에 지금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데도
자신감이 부족하여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패의 경험,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등은 현재의 우리를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내게 자주 찾아오는 망각은 새로운 내일을 위해 주신 하나님의 분명한 은혜였다.
좋으신 우리 하나님은 과거를 지워 주시고 현재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